내맘대로 마시기

발효 와인

알파마요 2007. 7. 17. 17:59

얼마 전 잘 아는 어떤 분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와인 얘기가 나왔었는데 그 분 말씀이 집에 와인이 여러 병 있는데 집에선 잘 마시지 않으니 몇 병 주시겠다고 해서 받은 와인들인데



그 분 말씀으론 꽤 오래(10년도 넘었을 거라는 자랑 섞인 그 분 말씀) 전 선물 받은 것이라고 하시며 화이트 와인 한 병과 레드 와인 한 병을 주신다.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병을 들어 라벨을 먼저 살펴보니 아차!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든다.

1. 화이트 와인의 라벨에 찍혀있는 1989 - 병입 후 무려 18년이 지났음.

2. 그리고 레드 와인 라벨의 ‘Vins de Table’이라는 표시.

그러나 그 자리에서 뭐라 말할 수도 없고 해서 그냥 감사 인사만 한 후 집에 가져와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 조심하며 먼저 화이트 와인을 열었는데 예상대로 코르크가 두 동강 나며 안쪽 삼분지 일 정도는 이미 거의 삭아서 빠지질 않는다.

다시 조심 조심하며 삭아서 흐물흐물해진 코르크를 제거하긴 했지만 이미 코르크 조각이 병 속으로 잔뜩 부서져 들어가 버렸다.

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잔에 따라 먼저 향을 맡아보니 날카로운 신 냄새가 코를 찌른다. 아니나 다를까 톡 쏘는 신맛이 거의 식초에 가까운 수준이다. 좀 더 발효시켜 아예 식초를 만들까 하다가 더 이상의 미련을 버리고 싱크대에 부어버렸다.

다음은 레드 와인.

화이트 와인과 똑 같이 코르크 마개를 제거하는 수고를 거친 후 코르크 마개를 열었는데 잔에 따르니 코르크 부스러기가 잔뜩 섞인다.

집에 디캔터가 없어서 궁리 끝에 생각해낸 방법이 파이렉스 커피 포트에 따라서 대충 걸러내기.

디캔팅(?) 후 잔에 따라 맛을 보니 이것도 이미 많이 산화가 진행된 상태. 그냥 마시기에는 너무 시고 버리기엔 아깝다.

어떻게 할까 한참 생각 끝에...

냉장고에 넣어 차게 한 후 저녁식사 때 마다 숙성 대신 잘 발효되 시어버린 와인을 한 주 내내 마셨다.

와인 음용시기

보통의 경우 적당한 환경 조건에서 잘 보관한 화이트 와인은 길어야 3년 정도, 레드 와인은 장기숙성형 고급 와인이 아니라면 5년 이내에 마시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. Vins de Table(뱅 드 따블, 프랑스 와인 등급 중 가장 낮음) 등급의 와인도 빨리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.